수제 시집 만들기 체험 - 기형도문학관 문학동아리

2025. 12. 15. 22:14책 만들기 워크숍

기형도문학관 × 땡땡섬

손으로 엮어 만드는 수제 시집

기형도문학관 문학동아리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초대받았어요.

기쁜 마음으로 광명까지 한달음에 달려갔지요.

보내주신 원고를 편집해 만든 출력물과 북바인딩 도구를 자리마다 올려두고, 떨리는 마음으로 문학동아리 회원들을 맞았습니다.

열두 명의 시인이 한 해동안 쓴 시를 모았더니, 제법 두툼한 내지가 되었어요.

가장 적당한 시어를 찾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이 안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.

한 장 한 장 끝선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 맞추어 반으로 접고,

본폴더로 꾹꾹 눌러 줍니다.

내지를 순서에 맞게 겹쳐 세 묶음으로 나눈 다음,

코르크 판을 뒤에 받치고 송곳으로 구멍을 냅니다.

 

참, 이날은 기형도 시인의 큰누나인 기향도 명예 관장님도 함께해주셨답니다.

표지와 잘 어울리는 두 가지 색상의 실을 고르고,

시인 다운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말 그대로 책을 '엮어' 냅니다.

제책에 쓰이는 바늘은 둥글게 휘어 있어서 손에 익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,

다들 집중해서 잘 따라와 주셨어요.

 

내지 묶음 앞뒤로 면지를 붙이고, 표지와 연결하면 완성!

표지는 각 시인의 시가 표제작이 되도록 열두 가지로 편집했어요.

한 권 한 권 만드는 수제 시집이라 가능한 일이지요.

손으로 엮은 흔적이 잘 보이게 책등이 없는 노출제본 방식을 택했습니다.

다들 제책은 처음이라 마음먹은 만큼 깔끔하게 만들기는 어려웠다 하셨지만,

삐져나온 실오라기조차 내 손때가 묻어 정이 가지요.

활동에 참여한 시인 한 분이 완성한 책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 

'내 책이 제일 예쁘다'며 웃어 보이셨는데, 저도 덩달아 웃음이 났어요.

 

ooislands.official@gmail.co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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